2024. 02. 17., 경북 포항시 남구 효자동길10번길 32.

틀에 박힌 글에서 구조를 요청합니다

포항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날이 유난히 좋았어요. 버스에서 한 숨 잘까 했는데, 그냥 저번주 일기를 썼습니다. 작은 화면으로 글을 쓰다 보니 분량이 꽤 된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컴퓨터로 옮겨보니 평소에 쓰는 양의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그게 눈에 들어온 이후로 글을 뜯어보니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너무 많았습니다. 항상 쓰는 단어들만 쓰고, 항상 같은 구조로 글을 써내려요. 탈피하고 싶습니다. 이에 따라 익숙한 단어와 틀에 박힌 형태에서 새로운 구조를 요청합니다.

동아리 탐방 때 쓸 콘텐츠 개발을 서둘렀습니다. 적어도 화요일까지는 완성되어야하는데 진척이 영 없었거든요. 학교에 도착해서는 개발에 몰두했습니다. 새벽 2시까지 작업했어요. 꽤나 많은 부분이 완성되어서 제 시간 안에 완성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습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개발을 이어가다 냉철하게 진행 상황을 되돌아봤어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화요일 동아리 탐방 시간까지 완성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동아리원들에게 미리 언질을 주었습니다.

2024. 02. 12., 경북 포항시 남구 청암로 77 대운동장. 2024. 02. 12., 경북 포항시 남구 청암로 77 대운동장.

중간에 러닝을 갔다 왔어요. 거의 10일만의 러닝이었습니다. 몸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서 힘들었어요.

2024. 02. 13., 경북 포항시 남구 청암로 77.

날씨가 따뜻하길래 트렌치코트를 개시했습니다. 봄이 점점 짧아져서 때를 놓치면 얇은 코트를 입어보지도 못하고 여름을 맞이하게 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작년부터 환절기에는 매일 기온과 하늘을 확인하면서 트렌치코트를 입을 기회를 호시탐탐 엿보고 있습니다. 얇은 외투들을 더 오래 즐길 수 있으면 좋겠어요.

우리 학교는 이번주가 새터 주간입니다. 수십명의 24학번 새내기들이 목걸이를 매고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며 나도 새삼 나이를 많이 먹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다만 당장에 감상에 젖어있을 때는 아니었어요. 목걸이를 맨 수십명의 사람들이 학식으로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학식을 먹고 싶었는데 황급히 버거킹으로 도망갔어요. 와퍼 아래 빵을 빼고 먹어봤는데 생각보다 괜찮더라고요? “조현아의 목요일 밤”을 보고 있는데, 백호가 그렇게 먹는다길래 따라 먹어봤어요. 앞으로 빵은 하나 빼고 먹으려고 합니다.

연구실에 출근하면 화장실에서 컵을 씻는게 제 루틴입니다. 컵을 씻으면서 세면대에 놓여져 있는 제 칫솔을 봤어요. 설 연휴 내내 얘는 여기 있었겠구나 생각하면서 칫솔을 박박 씻었습니다.

https://compsec.postech.ac.kr/

여러 사정으로 교수님과 원온원을 하지 못했는데, 드디어 오늘 원온원을 가졌습니다. 이것저것 이야기하면서 액션 아이템들을 정립했습니다. 단기간에 성과가 나기 어려운 일임에도 눈에 보이는 수치들을 계속해서 만들어줘야하는 일은 너무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연구보다 수치를 만드는데 더 많은 시간을 쓰는 것 같습니다. 미팅의 끝머리에는 Computer Security 랩에 제 이름을 올려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학교에 Computer Security 연구실이 생기면서 지도교수님도 함께 하게 되어서 저번주에 교수님께서 혹시 이름 올리고 싶냐고 물어보셨거든요. 고민을 좀 하다가 오늘 대답을 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ML 연구실과 Computer Security 연구실에 둘 다 몸 담고 있는 석사생이 되었습니다.

2024. 02. 13., 경북 포항시 남구 청암로 77 학생회관.

미팅이 끝나고는 동아리방에 갔어요. 오늘이 동아리 탐방 당일이었는데, 후배들이 물가에 내다놓은 어린 애들 같아서 마지막 점검을 하러 들렀습니다. 후배들 참 똑똑하고 일 잘하는데 혼자서 이상한 걱정을 많이 해서 문제입니다. 동아리방에 가서 이것저것 청소하고 상장과 트로피들을 눈에 잘 보이게 전시해두었습니다. 올해는 동아리에 똑똑한 뉴비들이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아, 벽에 붙어있는 아이유 포스터들도 잘 정리해두었습니다. 이건 동아리 탐방과 상관없이 그냥 하고 싶었어요.

2024. 02. 13., 경북 포항시 남구.

저녁에는 썸머쩡원와장무지렁과 함께 파티를 가졌습니다. 모여서 밥 먹고 떠드는 게 무슨 파티냐 할 수 있겠지만 “떠드는 게” 핵심이었습니다. 썸머와 떠들 수 있는게 정말 오랜만이었거든요. 케이크는 라랑에서 준비했습니다. 쩡원이 예약한 걸 퇴근길에 같이 픽업하러 갔어요. 라랑은 오늘 원래 문을 여는 날이 아니었는데, 사장님이 어차피 재료 손질하는 날이었다며 예약을 받아주셨다고 합니다. 효자시장에는 다정한 사장님들이 많이 계서서 동네가 참 따뜻한 것 같습니다. 빅토리아 케이크를 받았어요. 빅토리아 케이크는 오늘 처음 봤는데, 유럽권에서는 딸기 케이크라고 하면 보통 빅토리아 케이크를 먼저 떠올린다고 합니다. 꾸덕한 버터 크림과 촘촘한 시트가 딸기잼과 잘 어우러져서 정말 맛있었습니다. 산수유가 잘 어울렸어요.

2024. 02. 13., 경북 포항시 남구.

케이크를 먹기 전에 저녁으로는 치떡과 피자를 먹었습니다. 무지렁은 과외가 끝나면 온다고 해서 약간 기다리다가 주문했습니다. 치떡, 무지렁, 피자 순으로 올 거 같다고 예측했는데 딱 그대로 도착해서 신기했습니다. 저녁도 먹고 케이크도 먹으면서 떠들다보니 밤 12시가 되어 있더라고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들었습니다.

https://bxta.kr/

방에 돌아와서는 오래간만에 개인 홈페이지와 링크드인을 업데이트했습니다. 티오리를 퇴사 하고도 경력들을 업데이트 해두지 않아서 언젠가 해야지 마음먹고 있었는데 다른 랩에 이름도 올렸겠다 오늘이 업데이트를 하기에 적기라고 생각했어요. 지금 하고 있는 연구가 두 랩에 모두 속하는 내용이라, 일단 같은 내용을 채워두었습니다.

마그네슘 영양제는 처음 먹어봤습니다. 숙면에 도움이 된다길래. 효과는 잘 모르겠습니다. 배만 아팠어요.

2024. 02. 14., 경북 포항시 남구 청암로 77.

아침 미팅이 없어져서 늦잠을 잤어요. 나를 깨운 건 하이마트 직원이었습니다. 전화를 받아보니 저번주에 구매한 비스포크 큐브냉장고가 불량이라 출고가 안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진열상품이라 출고 전 테스트를 해봤는데 그랬대요. 비몽사몽한 상태로 알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수강신청을 하러 들어갔는데 세미나 과목 자리가 꽉 차 있더라고요. 대학원 수강신청은 널널해서 늦게 해도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우리학교 컴공과는 아닌가 봅니다. 여러 악재들에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작년에 사놓고 입지 못한 바지를 입을 수 있게 되어서 기분이 약간 나아졌습니다. 허리가 맞게 되었어요.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동기 분이 컴퓨터 관련해서 몇 가지를 물어봤어요. 나는 이런 상황이 난처합니다. 너무 낮은 수준으로 설명하면 상대가 기분 나빠할 것 같고, 너무 높은 수준으로 설명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요. 오늘의 답변이 충분히 도움이 되었을 지 걱정입니다.

2024. 02. 14., 경북 포항시 남구 청암로 77 대운동장. 2024. 02. 14., 경북 포항시 남구 청암로 77 대운동장.

밤에 영화를 보러 가야해서 평소보다 일찍 러닝을 했습니다. 오늘도 월요일처럼 컨디션이 좋지 못했어요. 1km 쯤 뛰었을 때 부터 너무 힘들었는데, 악으로 깡으로 4km를 채웠습니다.

2024. 02. 14., 경북 포항시 남구 중흥로 77.

“해피투게더”를 봤습니다. 메가박스에서 “화양연화”, “중경삼림”, “해피투게더” 리마스터링 버전들을 재개봉하면서 티켓을 패키지로 팔았거든요. 이전에 “중경삼림”을 보고 왕가위 감독에게 관심이 생겨서 “화양연화”를 언젠가 봐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영화관에서 볼 수 있게 되어서 패키지를 당장 구매했습니다. 영화 외적으로는 좋지 못한 경험들을 많이 했습니다. 영화관에 직원이 2명 밖에 없었는데 몇몇 손님들이 이상한 이유로 직원들에게 항의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것 때문에 드로잉보드를 챙기지 못했어요. 상영관에 들어갈 때에는 문이나 암막 커튼이 열려있지 않아서 영화관이 정말 어려움을 체감했습니다. 영화가 시작하고는 앞 줄에 앉은 사람들이 계속 떠들면서 스마트폰을 해서 미쳐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별개로 영화는 꽤나 볼만했습니다. 대사보다 미장센을 필두로 스토리를 이어나가서 나에게는 난해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긴 했습니다. 하지만 필름으로 담아낸 이과수 폭포의 모습이 절경이었어요. 퀴어들의 현실도 꽤나 잘 반영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휘와 보영이 헤어지고 그려지는 아휘의 일상에 걸려온 전화가 기억에 남습니다. 평소처럼 “¡Hola”라고 전화를 받은 아휘의 수화기 너머로 “怎么样”이 들려올 때 수많은 감정이 나에게도 침입했습니다. 한국어 자막으로는 둘 다 “여보세요”라고 번역되었어요. 하지만 “여보세요”에 대해 “여보세요”라는 대답이 돌아온게 아니에요. “잘 지내?”가 더 알맞은 번역이겠습니다.

차를 타고 이과수 폭포로 향하는 장면들에서는 자우림의 “있지” 뮤직비디오가 많이 생각났습니다. 둘 다 로드 트립에 퀴어 코드가 붙어있다는 공통점이 있네요.

코 앞에서 막차를 놓쳐서 학교까지 걸어갔습니다. 학교에서 영화관까지 산책로가 잘 나있어요. 걸어가는 길에 영화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하려고 헤일리에게 전화를 걸었고, “¡Hola”라며 전화를 받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아침 미팅을 하기 전에 영어 발표를 하나 봤어요. 듣기가 잘 되지 않아서 정말 큰일입니다. 슬라이드가 없으면 잘 알아듣지 못하겠더라고요. 아직도 제 영어 듣기 실력은 중등 교육에 머물러 있는 것 같습니다. 발표가 끝난 직후에는 미팅에 참여했어요. 몸 상태가 좋지 못해서 꽤나 많은 내용들을 흘리다 방에서 일했어요. 4시에 미팅이 잡혀서 연구실에는 그 때 출근했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왼쪽으로 갔어야 했는데 오른쪽으로 갔다가 급하게 몸을 돌렸어요. 그 순간 교수님을 마주쳤고 “어”하고 소리를 냈습니다. 전혀 의도한게 아닌데 마치 교수님을 보고 도망치는 것 같은 상황이 연출되어서 당혹스러웠습니다.

미팅이 끝나고서는 부장과 함께 버거킹에서 밥을 먹고 동아리방에서 히오스를 했습니다. 요즘 요한나가 재밌어요. 아무 생각 없이 돌진할 수 있는게 마음에 듭니다.

동아리 리크루팅 때문에 밤에 회의가 잡혔고, 그 전까지 리크루팅에 쓸 해킹 문제들을 손봤습니다. 요즘 동아리에서는 아주 긴 장기 계획을 가지고 원래 있던 문제들을 보일러 플레이트에 맞게 정리하고 다시 배포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이것 때문에 이전에 내가 만든 문제들을 다시 살펴보는데, 살펴볼 때 마다 너무 부끄럽습니다. 과거에 짠 코드가 너무 더러워서. 구조만 바꾸려다가 다시 구현해버리는 일이 허다합니다.

작년 어떤 날에 오픈 세미나를 하자고 말한 적이 있어요. 우리 동아리에 대한 인지도가 너무 낮아서 컴퓨터 관련 101 세션들을 열어서 인지도도 높이고 뉴비들도 유입시킬 목적이었습니다. 작년에는 일정이 타이트해서 올해부터 해보자고 결론지었었습니다. 오늘 회의를 하면서 오픈 세미나 이야기를 꺼냈는데, 동아리원들 반응이 괜찮아서 올해부터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열심히 준비해봐야겠습니다.

2024. 02. 16., 경북 포항시 남구 청암로 77 대강당.

입학식을 가려고 했는데 너무 피곤해서 늦잠을 잤습니다. 대신 오후에 대학원 신입생 입문 교육을 갔어요. 메일에 반드시 참석하라고 되어 있어서 갔는데, 생각보다 많이 안왔더라고요. 400명 정도 되는 신입생들 중에서 50명 정도 왔다고 합니다. 여러 강연이 있었는데, 선배님 초청 강연이 정말 멋있고 유용했습니다. 정말 멋진 이력이 가득하신 분이 여러 팁을 이야기해줬어요. 논문을 처음 쓸 때에는 지도교수님의 글 스타일대로 쓰는게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가 가장 와닿았습니다. 그래야 첨삭이나 리뷰도 매끄럽게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꽤 괜찮은 팁이었습니다.

2024. 02. 16., 경북 포항시 남구 중흥로 77.

교육에서 받은 다과를 먹으면서 게임을 하다가 영화관에 갔습니다. 저번에 “해피투게더” 드로잉보드를 못 받아서 혹시 오늘 받을 수 있나 티켓을 들고 갔는데, 이미 관람한 티켓으로도 받을 수 있더라고요. 다행이었습니다. 저번처럼 감상을 방해하는 관객들이 오늘은 없었어요. 다행이었습니다.

2024. 02. 16., 경북 포항시 남구 중흥로 77.

“화양연화”를 봤습니다. 이전에 보았던 “해피투게더”보다 취향에 잘 맞았어요. “중경삼림”이나 “해피투게더”에서 드러나는 ‘왕가위스러움’이 상당히 많이 절제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스텝 프린팅과 같은 기교 없이 다소 단정한 구도들이 주가 되어 극을 이끌었고, 덕분에 가끔씩 등장하는 왕가위 특유의 역동적인 앵글과 슬로우 모션이 훨씬 강조되어 보였습니다. 특히 슬로우 모션은 시간 축에서의 클로즈업으로 느껴졌습니다. 극의 장치들도 억지스럽지 않게 잘 배치되었습니다. 광동어 어조와 만다린 어조가 상황에 따라 다르게 이용된 점이 돋보였고, 두 인물이 마주칠 수 밖에 없는 좁은 계단이나 서로 주고 받는 소소한 물건들이 적재적소에 잘 이용되었습니다. 청각적인 장치도 잘 활용되었습니다. “Yumeji’s Theme”을 반복적으로 재생하여 관객들을 학습시켰고, 이는 시각적 자극과 별개로 관객들의 상상력을 효과적으로 자극했습니다. 라이트모티프 같았어요. 시각적인 장치로는 단연 유리창과 거울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구도나 거울을 이용한 장면들은 특유의 미감을 통해 이미 목적을 달성하였으나, 마지막 장면을 통해 촬영을 위한 장치에서 극 전개의 일부가 된 점이 강렬했습니다. 이처럼 완벽하게 설계된 판 위에서 장만옥은 최고의 연기를 해냈습니다. 인물의 마음을 눈가와 입가 그리고 손 끝의 떨림으로 완벽하게 표현했어요. 그녀가 극을 섬세하게 이끌어나가는 동안 양조위는 큰 틀에서 그녀를 뒷받침했습니다. 두 사람의 연기 합이 정말 좋았습니다.

소재나 소품들 그리고 여러 장치와 음악적 요소 덕분에 “헤어질 결심”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나는 이런 영화를 좋아해요. 수려한 미감 위에서 사랑이라는 언어 없이 사랑을 표현하는 작품들을 좋아합니다.

2024. 02. 16., 경북 포항시 남구 청암로 77 체육관.

학교로 돌아와서는 부우과 무지렁과 배드민턴을 쳤습니다. 라켓볼만 치다가 배드민턴을 치니까 너무 어색했습니다. 라켓볼에 비해 공을 치는 부분이 손에서 멀리 자리해있어서 셔틀콕을 자꾸 손잡이로 치려고 했습니다. 물론 라켓의 길이에 익숙해진 이후로도 잘하지 못했어요. 그래도 오래간만의 배드민턴에 고등학교 때 생각도 나고 재밌었습니다.

2024. 02. 17., 경북 포항시 남구 청암로 77.

파란 셔츠를 입고 파란 책을 챙겨서 파란 하늘에 몸을 던졌습니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책을 읽었어요. 코딩을 하기에는 아까워서. 박상영의 “1차원이 되고 싶어”를 읽었습니다. 작년에 장거리 비행을 앞두고 인천공항에서 산 책입니다. 이전에 “대도시의 사랑법”을 너무 만족스럽게 읽어서, 같은 작가님의 책을 골랐어요. 막상 사놓고는 바빠서 한번도 들여다보지 못햇는데, 오늘에서야 읽을 결심이 섰습니다. 주인공에게 이입되어서 3시간만에 다 읽었어요. 전반부에서 인물들의 스토리를 쌓는 부분은 꽤나 괜찮았는데, 중반부부터는 전개에 특이할 요소가 없어서 약간 지루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대도시의 사랑법”이 완성도 측면에서 더 좋았는데, 이건 그냥 내가 단편 소설을 더 좋아해서 그런 걸 수도 있겠습니다. “해피 투게더”와 “중경삼림”이 책의 소재로 쓰여서 신기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책을 골랐는데 이번주에 본 영화들이 나온다니 기막힌 우연이지 않나요.

2024. 02. 17., 경북 포항시 남구 효자동길10번길 32.

책은 달팽이책방에서 읽었습니다. 홍차를 취급하는 학교 앞의 동네책방이에요. 책방지기님이 큐레이팅한 책들 외에도 여러 독립 서적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루이보스 밀크티와 다즐링을 마셨어요. 지금까지 먹어본 밀크티 중에서 당도가 가장 적당해서 좋았습니다. 책도 샀어요. 이하진의 “마지막 증명”. “모든 사람에 대한 이론”을 살까 고민했는데, 처음 읽어보는 작가님이라 짧은 것보터 먼저 읽어보기로 결정했습니다.

2024. 02. 17., 경북 포항시 남구 효자동길6번길 25-1 1층.

베라보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이번주 특선은 탄탄멘이었어요. 밥과 함께 먹으니 정말 한국인들이 싫어하지 않을 수 없는 맛이었습니다. 작은 사장님은 어디갔는지 큰 사장님이 계셨습니다. 몇 달만에 보는 것 같아요. 오래간만에 반갑다며 서비스로 맥주를 주셨습니다.

나의 언어가 나라는 믿음을 버릴 수 없기에

생각은 언어에 제한된다고 믿습니다. 나의 언어가 갈수록 줄어드는 것을 느껴요. 쓰는 단어의 폭이 줄어들고 문장은 굳어버렸어요. 나의 사고력도 그렇게 쪼그라드는 것을 느낍니다. 그래서 이번주에 책을 읽기로 결심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쪼그라든 사고력에 대한 나의 본능적 처방이지 않았을까요. 내일은 오늘 말하지 못한 문장을 구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권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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